오늘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깼는데 기분이 평소보다 좋지 않다.
어디가 아프다거나, 오늘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한다거나, 늦게 일어나서 아침이 촉박할 것 같다거나..
이런 것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이상한 기분이 나를 가라앉게 한다.
내가 지금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유추해 보건데..
- 이번 주 들어서 아이들이 잘 때까지 혼자 케어하고 있는데.. 혹시 그게 힘들어서 일까?
-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 둘째가 침대를 내려갔다 올라갔다, 물 달라, 아빠는 언제오냐, 징징거리며 쉽사리 잠들지 못해 결국은 엄한 목소리를 내며 협박 비스무리한 것을 한 후 기분이 나쁜 채로 잠들었는데.. 그것 때문일까?
- 남편이 늦은 시간 귀가해 남은 집안일을 하는 것이 미안해 이번 주엔 아이들과 잠자리 독서를 하러 가기 전에 설거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는 (할 수도 있었지만) 힘들고 하기도 싫어서 아이들 물병을 설거지통에 남겨둔 채 자러 들어갔다. 설잠이 들었을 때 얼핏 물병닦는 소리를 듣곤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미안함?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 생리를 시작했다. 호르몬의 장난일까?
다 어느정도 포함되겠지.
잘 하려고 하는 마음 이면에는 심보가 고약한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곤 한다.
남편도 일하고 공부하느라 늦게 귀가하고 나면 꽤 지치고 힘들꺼란 생각,
가급적이면 정리된 집안을 마주하게 해주고 싶은 생각에 남편이 정상 퇴근할 때보다 집안 살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무리를 하다보면 나도 징징거리고 싶어지고 남편의 피곤은 모른채 하고 싶어진다.
다리가 아픈데.. 설거지는 그냥 놔두고 잘까?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마음이 편치 않아 조금은 억지로 설거리를 하는 꼴이다.
선뜻 좋은 마음으로 한 것이 아니다보니 다 하고나서도 마냥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여의치 않아 설거지를 못하고 자면 어쩔 수 없는 것인데, 하기 싫어서 안하고 자면 몸은 편해도 마음은 영 불편한 것이다.
하기 싫어서 안할 때는 '남편이 와서 하겠지, 그런데 혹시 안하면 어쩌지, 아침에 설거지가 쌓여있는 주방을 보면 짜증이 날텐데...' 이런 생각들이 들기 때문에 안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뭐든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주방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면 나는 성취감을 느끼니 좋고, 남편은 귀가한 후 편한 마음으로 쉴 수 있겠지.
그러니까 아이들이 잘 놀고 있을 때 나는 부지런히 설거지를 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설거지를 해야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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