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은 유대인 정신 의학자의 생생한 기록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북리뷰 시작할께요!
5월 말에 동네 책방에서 하는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상의하여 함께 읽을 책을 정한 후, 3주 동안 각자 읽고 책방에 모여 2시간 동안 느낌을 나누는 모임이다.
책을 읽은 후 휘발되지 않도록 깊게 사유하고 내 안에 오랫동안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그래서 블로그에 독서 기록을 시작하기도 했고, 여럿이 모여 책에 대한 느낌을 나누는 독서모임을 하는 것도 그 방법론 중 하나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내가 독서모임에 합류한 후 처음 함께 읽은 도서이다.
나 혼자 읽는다면 쉽사리 손에 가지 않을 책인데.. 독서모임을 통해 반강제로 읽게 되었다.
이런게 독서 모임의 묘미인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장의 가치가 있는 (= 여러번 읽을 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 의과 대학의 신경 졍신과 교수인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3년 동안 다하우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 그때 겪은 참혹한 고통을 담담한 시선으로 기록하며,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정신 치료 기법인 로고테라피를 정립한다. 로고테라피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로고스'와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가 합쳐진 것으로, 진 제3정신의학파'라 불린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기울이는 노력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동력이라고 생각하며,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일깨우는 것, 인간이 스스로 삶의 의미를 대면하고 알아내도록 도와주는 기법이 로고테라피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저자가 말 그대로 '죽음의 수용소에서' 지내면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불안과 우울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저자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을지 궁금했다.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은 1부에 실려있는데, 문체가 담담하고 솔직한 편으로 읽다보면 저자가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내면의 갈등을 얼마나 많이 (어쩌면 항상) 했었는지 알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자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내면의 갈등 속에서도 어떤 '의지'를 잃지 않았을 뿐이다.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그냥 사는 것과 '삶의 의미'를 가지고 사는 것은 다른 것임을.. 알려 준 고마운 책이다.
그렇게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강추하고 싶은 필독서 중 한 권이 되었다.
<+추가>
[2부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에서는 저자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겪은 여러 예시를 설명하는데, 나는 특히 '역설 의도'를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일부 내용을 남겨본다. 182페이지
'역설 의도'는 마음속 두려움이 정말로 구려워하는 일을 생기게 하고, 지나친 주의 집중이 오히려 원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기법이라고 한다.
한 예로 땀 흘리는 것에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땀을 많이 흘릴 것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예기 불안이 정말로 땀을 많이 흘리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 순환고리를 끊어 버리고자 저자는 환자에게 땀을 많이 흘리게 될 것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일부러 사람들에게 자기가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는지 보여 주겠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전에는 땀을 한 바가지밖에 안 흘렸지만 이제는 적어도 열 바가지는 흘리게 될 걸." 같은 식으로 생각하라고 말이다. 놀랍지만 그 결과 공포증으로 4년 동안 고생하던 그 사람은 단 일주일 만에 병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책 정보
- 저자 : 빅터 프랭클
- 분류 : 자전적에세이
- 쪽수 : 224쪽
- 옮긴이 : 이시형
- 발행일 : 2020년 5월 30일
- 출판사 : 청아출판사
이 책은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제1부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에서는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고통스럽고 참혹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직접 겪은 일이면서도 누구보다 건조하게 그러나 동료를 보는 시선은 누구보다 따뜻하게, 객관적이고 담담한 필치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2부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에서는 이 경험을 토대로 정립한 로고테라피를 소개하고, 저자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겪은 여러 예시를 통해 실생활에 어떤 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제3부 비극 속에서의 낙관〉에서는 로고테라피 이론의 핵심을 보충 설명하며, 인간의 의지와 삶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극한 상황에 처했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름 없는 모든 이들이 겪어야 했던 희생과 시련,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다.
작가 소개
오스트리아 빈 의과 대학의 신경 정신과 교수이며, 미국 인터내셔널 대학에서 로고테라피를 가르쳤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과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에 이은 정신 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고, 빈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3년 동안 다하우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보냈다.
1924년 국제심리분석학회 잡지에 글을 발표한 이후 그가 발표한 27권의 저서는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19개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하버드, 서던메소디스트, 스탠퍼드 및 듀쿼슨 대학교에서 초청 교수로 강의했으며, 로욜라 대학교 등 여러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전 세계 여러 대학교에 초청돼 강의했으며, 미국에서만 52개의 강의를 맡아 했다. 오스트리아 심리의학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오스트리아 과학학술원 명예회원이다. _ 교보문고 참고
목차
1984년판에 부친 서문
옮긴이 서문
추천의 글
제1부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
제2부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제3부 비극 속에서의 낙관
저자에 대해
로고테라피에 관한 참고 문헌
감동을 남긴 문장
인간의 고통은 기체의 이동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일정한 양의 기체를 빈 방에 들여보내면 그 방이 아무리 큰 방이라도 기체가 아주 고르게 방 전체를 완전히 채울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도 그 고통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완전하게 채운다. 따라서 고통의 '크기'는 완전히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_p.79
강제 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_p.108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 다시 말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과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 -심지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를 제공한다. 그 삶이 용감하고, 품위 있고 헌신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이와는 반대로 자기 보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동물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힘든 상황이 선물로 주는 도덕적 가치를 획득할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권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그리고 이 결정은 그가 자신의 시련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이기도 하다._p.110
미래의 목표를 찾을 수 없어서 스스로 퇴행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몰두한다. 앞에서 우리는 이와는 다른 의미에서 수감자들이 공포로 가득 찬 현재를 덜 사실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과거를 회상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실제 존재하는 현실에서 현재를 박탈하는 행위에는 어떤 일정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수용소에서도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이 기회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 자신의 '일시적인 삶'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삶의 의지를 잃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 앞에 닥치는 모든 일들이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중략_
그들은 눈을 감고 과거 속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에게 인생은 의미 없는 것이 된다. _p.116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_p.123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옳지 못한 짓을 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그들에게 옳지 못한 짓을 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 _p.142
행복은 얻으려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행복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이유를 찾으면 인간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알다시피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_p.200
수용소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시련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내가 갖고 있었던 의문은 이런 것이었다.
과연 이 모든 시련,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이런 상황이 의미 있는 것일까?
왜냐하면 만약 그렇지 않다면 궁극적으로 여기서 살아남아야 할 의미가 없기 때문에.
탈출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우연에 의해 그 의미가 좌우되는 삶이라면,
그것은 전혀 살아갈 가치가 없는 삶이기 때문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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