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어린왕자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
김화영이 번역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북리뷰 시작할께요!
최근에 읽은 심채경의 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에서 어린왕자 이야기가 짧게 나온다.
법정 스님이 즐겨읽는 책이라는 것과 어린왕자가 사는 소행성에서는 의자를 조금만 옮기면 노을을 여러번 볼 수 있다는 것..
읽으면서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 읽었던 것 같은 <어린왕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 읽었는지, 워낙 유명해서 많이 인용되는 이야기이기에 읽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드는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을 좀 신중하게 골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번역본이 출간된 게 <어린왕자>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어린왕자>가 있었다.
누가 번역했는지, 출판사가 어디인지를 검색 비교한 후 김화영이 번역한 문학동네의 <어린왕자>를 빌렸다.
번역된 문체도 맘에 들었고, 원본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출간된 1999년판 폴리오 판을 그 번역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다시 읽은 <어린왕자>는 더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특히 어린왕자가 살고 있는 행성의 한 송이 꽃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린왕자가 일곱개의 별을 여행하며 만난 어른들은 하나같이 이상했는데,
그게 또 부정할 수 없는 어른들의 모습들이라.. 어른이 된 나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어린왕자>는 어떤 출판사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 받는 느낌이 꽤 다른 것 같아요.
<어린왕자>도 림보와 함께 읽었는데 저는 문학동네, 림보는 더스토리의 <어린왕자>를 읽은 후 바꿔 읽었는데,
림보는 꽤 큰 차이를 느꼈다고 말하더라구요. <전 더스토리의 책은 아직 완독하지 못했어요;)
<어린왕자>는 여러 번 읽었다는 사람이 많은 책이죠.
저는 한번 읽은 책을 다시 꺼내 보는 일이 드문데 <어린왕자>는 다시 읽어보려고 해요.
여러분도 다시 읽어 보세요. 감동이 다르게 옵니다.
책 정보
- 저자 : 생텍쥐페리
- 분류 : 프랑스소설
- 쪽수 : 147쪽
- 옮긴이 : 김화영
- 발행일 : 2007년 05월 08일
- 출판사 : 문학동네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순수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어린왕자의 이야기. 생텍쥐페리의 대표작으로 작가의 인간애와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 구렁이, 사랑과 소유에 대한 여우의 상징적 표현 등을 통해 인간과 사랑의 참 모습을 아름다운 문체로 들려준다.
소행성 B 612에서 온 어린 왕자와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인 '나'의 만남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는 여러 행성을 여행하기 위해 B 612라는 소행성에서 온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일곱 군데의 행성에 사는 특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으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책임은 또 무엇인지를 깨닫는데….
이 책은 원본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출간된 1999년판 폴리오 판을 그 번역본으로 삼았다. 이 판본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모든 판본들과 차이를 보인다. 작가 사후에 출판된 거의 모든 불어판은 1943년 작가 생존시 작가의 검토를 거쳐 나온 미국판 불어, 영어 원본을 다시 손질한 것으로, 천문학자가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별 그림이 누락되어 있고, 어린 왕자의 망토 색깔이 다르며, 텍스트에 있어서도 해가 지는 횟수가 달라져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당시 미숙한 기술로 인하여 미국판을 놓고 덧칠, 윤색, 가필하는 과정에서 생긴 변화로 보인다. 이 책은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작가의 그림과 거의 동일한 그림과 내용을 복원했으므로 '생텍쥐페리 및 어린 왕자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_교보문고 참고
작가 소개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4세에 아버지가 사망했고, 청소년기에 제1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스트라스부르의 전투기 연대에서 군복무를 하게 된 생텍쥐페리는 21세에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제대 후에는 라테고에르 항공사에 취직하여 정기우편비행을 담당한다. 비행은 그에게 직업일 뿐 아니라 모험과 사색의 연장이었으며, 비행중의 경험 그리고 동료들과의 우정은 많은 작품의 모태가 된다. 민간항공사의 비행사로 일하는 중에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한 생텍쥐페리는 신문사의 특파원으로서 스페인의 시민전쟁을 취재하는 등 ‘행동주의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다시 전투비행사로 복무했고, 이후 뉴욕에서 작품 쓰는 일에 전념하다가 알제리의 정찰비행단에 들어간다. 1944년 7월, 생텍쥐페리는 그르노블-안시 지역으로 출격했으나 돌아오지 못한다. 1913년 『야간 비행』으로 페미나 상을, 1939년에는 『인간의 대지』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받았다. 『남방우편기』 『어린 왕자』 『성채』 『전시 조종사』 등의 작품이 있다. _ 교보문고 참고
감동을 남긴 문장
"어느 날은 해 지는 걸 마흔세 번이나 본 적도 있어"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지.
"그런데..... 몹시 슬플 적엔 해 지는 게 좋아져...."
"마흔세 번 본 날 그럼 넌 그렇게도 슬펐던 거야?"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만약 누군가 수백만 수천만 개나 되는 별 중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거야.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렇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고 생각해봐. 이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다 꺼져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던 거야! 그 꽃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그 꽃은 내게 향기를 뿜어주고 마음도 환하게 해주었어. 절대로 도망을 쳐버리는 말았어야 하는 건데! 그 꽃의 대단치 않은 심술 뒤에 애정이 숨어 있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그랬어. 꽃들은 앞뒤가 어긋나는 말을 너무나 잘 하니까!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다는 어린왕자의 말이 나의 마음 속 깊이 새겨졌다. 대단치 않은 심술 뒤에 숨어 있는 애정을 알아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상대방이 내던지는 심술 섞인 말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예민하게 굴어왔는지 생각해봤다.
"그래, 난 너를 사랑해" 하고 꽃이 말했다. "넌 도무지 그걸 눈치채지 못하더라. 내 탓이지 뭐.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만큼이나 어리석었어. 부디 행복해.... 그 둥근 덮개는 내버려둬. 이제 더이상 필요 없어."
상처받은 꽃. 우는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존심 강한 꽃의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꽃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난 그 꽃에 매일 물을 줘요. 또 화산도 세 개 가지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해줘요. 불이 꺼진 화산도 다 청소해주거든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내가 꽃이나 화산을 소유한다는 건 그들에게 유익한 일인 거예요.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에게 그다지 유익할 게 없는데..."
"그런데 덧없다는 게 뭐예요?"
"그것은 '머지않아 사라져버릴 위험이 있다'는 뜻이야."
"내 꽃이 머지않아 사라져버릴 위험이 있다는 건가요?"
"물론이지"
'내 꽃은 덧없는 것이구나!' 하고 어린 왕자는 혼자 생각했다. '세상과 맞서서 자기를 보호할 수단이라곤 가시 네 개밖에 없고! 그런 꽃을 내 별에 혼자 두고 왔으니!' 처음으로 후회의 감정이 솟구쳐올랐다.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날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이제 좀... 알 것 같아." 어린왕자가 말했다. "꽃 한 송이가 있는데 말이야... 그 꽃이 날 길들였나봐...."
나는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에게 길들여지고 많은 것들을 길들었을까, 그 관계에 책임지고 있는 어른이 되었을까?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시가 되면 난 벌써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되겠지! 그러나 네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오면 나는 몇시부터 마음을 곱게 단장해야 하는지 통 알 수가 없잖아... 그래서 의식이 필요한 거야."
"아이들만이 자기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알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이들이 허름한 헝겊인형 하나 때문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그러다보면 그 인형이 아주 중요한 게 되는 거야. 누가 그걸 뺏기라도 하면 울어대잖아..."
"아이들은 운이 좋구나."
'이 잠든 어린 왕자가 이렇게까지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꽃 한 송이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마음, 잠들어 있을 때조차도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그의 마음속에 빛나고 있는 한 송이 장미꽃 때문이야...'
"아저씨가 사는 별의 사람들은 똑같은 하나의 정원에다가 오천 송이나 되는 장미를 가꾸지만..." 하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자기들이 찾는 것을 거기서 발견해내지는 못해..."
"그래, 맞아..." 내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찾는 것을 단 한 송이 장미꽃이나 물 한 모금에서 발견해낼 수도 있는거야..."
"물론이지."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어린 왕자가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눈으로는 보지 못해. 마음으로 찾아야 해."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오직 껍질일 뿐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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