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바라보는 일상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북리뷰 시작할게요!
나는 남몰래 존경하는 인스타 속 친구가 몇 있다.(안타깝게도 그들은 나의 존재를 모르지만..)
언젠가 그는 이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고 밑줄치고 싶은 구절들이 가득하다는 말을 피드에 남긴 적이 있었다.
나는 아무런 필터 없이 읽고 싶은 책의 목록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추가했다.
그리고 림보와 하는 '둘이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서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함께 읽자고 추천했다.
평소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는 림보가 과학자가 쓴 에세이는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책의 중반부(2부)까지는 술술 잘 읽혔고, 생각 외로 읽으면서 접하게 된 우주와 달, 별, 행성, 소행성 등의 용어가 어렵지 않게 다가왔다.
나 같은 과포자(과학 포기 자)도 알기 쉽게 설명을 하다니.. 저자는 훌륭한 교수임이 분명했다.
과학자가 (어렵지 않게) 글도 잘 쓰는 것에 부러움마저 들 정도였다.
박사, 연구원, 천문학자, 교수, 엄마로 살아가는 심채경의 일상과 생각들을 읽다보니 글 실력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학문, 대학에 대한 그의 생각은 내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잊지 말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3부(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부터는 과학자 심채경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천문학과 어우러져 흥미로웠던 앞부분의 글과는 다르게 (소제목처럼) 천문학 수업처럼 과학에 대한 글이 많아지니 나로서는 어느 정도 흥미가 떨어졌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짧은 교양수업을 들은 것처럼 천문학에 대한 얇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기에 그 지루함이 완전 부정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과학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사실 제가 그래요 >.<) 겁내지 말고 읽어보세요.
천문학자가 직업인 사람의 이야기예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의학 드라마라기보다 의사들의 인생이야기인 것처럼요^^
책 정보
- 저자 : 심채경
- 분류 : 에세이
- 쪽수 : 272쪽
- 발행일 : 2021년 02월 22일
- 출판사 : 문학동네
인간은 문명이 있기 전부터 하늘을 보았고, 문자보다 별을 먼저 그렸다. 물리학은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별을 보면서 시작되었고, 뉴턴은 달이 왜 떨어지지 않는지 설명하며 중력법칙을 완성한다. 하지만 현대의 천문학자는 더 이상 별을 보지 않는다. 행성과학자 심채경은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는 무엇을 보는지, 이과형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 평범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일상에 대해 친절한 말투로 조근조근 이야기해 준다. 과학책이라기보다는 문학책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천문학자라서 그럴 것이다. 천문학(天文學)은 문학(文學)이니까. 벌써부터 심채경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_ 김상욱 (이론물리학자) 추천사
작가 소개
천문학자. 행성과학자.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우주탐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신분을 바꿔가며 20여 년간 목성과 토성과 혜성과 타이탄과 성간과 달과 수성을 누볐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했다. 언제 회신될지 모를 신호를 우주에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과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 자연 그리고 우주를 동경한다.
목차
프롤로그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1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
4부.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
에필로그
감동을 남긴 문장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 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_p.13
심채경. 그가 동경하는 사람들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읽어보니 그는 이미 그들 속에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더 강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나는 대학을 싫어한다. 오늘날 대학이 수행하고 있는 기능이란 어리둥절한 채 성인이 되어버렸으나 실상은 유예된 청소년에 지나지 않는 이들의 귀중한 스무 살 생명표를 꼭 쥐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해 태어난 국민 중 팔 할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 학생들은 대학에 학문을 배우러 오지 않는다. 초등학교 다음 중학교에 갔고, 중학교 다음 고등학교에 간 것과 같이 고등학교를 마쳤으니 대학에 진학할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학비보다 열 배는 비싼 등록금이요, 모두가 입어야 하는 교복 대신 모두가 가져야 하는 스펙을 등에 업어야 하는 것이다. _p.54-55
대학이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나 취업 준비소가 아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걸 조금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앎의 괴로움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맞바꿀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_p.56
관찰하고 탐구하는 그 자체가 학문적 태도다.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배우고 발견하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한다. 밤하늘의 모든 별이 한 방향으로 흐를 때 홀로 역행하는 행성을 발견하고 두려워하거나 신기해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사람이 수 세기에 걸쳐 지식을 쌓아올리는 것, 끊임없이 검증하고 반박하고 새로운 근거를 더하는 것, 나의 생각을 제삼자의 눈으로 조망하는 것, 그것을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_p.58
이 젊은 청춘에게, 그따위 싸구려 축복조차 해주는 '선생'한 자가 이때껏 없었다는 게 화가 났다. 넌 잘하고 있다고, 너만의 특질과 큰 가능성이 있다고, 네가 발을 떼기만 하면 앞뒤가 아니라 사방, 아니 만방으로 길은 열릴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가. 스무 살, 스물한 살은, 그런 이야기를 차고 넘치게 들어도 되는 나이다. 그런 청춘들이 '대졸자' 꼬리표 하나 달기 위해서 돈과 젊음을 들여 스스로 대학 안에 갇히는 기간, 사회의 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기꺼이 가지치고 분재로 다듬어가는 기간, '멀쩡한 대학 나와서 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도 못하느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향해 전진하는 그 기간이 나는 너무나 아깝다.
정리되지 않는 나의 생각을 꺼내서 잘 정리해 둔 문장인 듯 격하게 공감했던 부분들이다.
우리는 우주인 이소연이 지상 훈련에서, 우주 실전에서, 그리고 우주에 다녀온 디에 겪은 모든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가 무슨 실험을 했는지 하나라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신비롭고 놀라운 우주 이야기부터 그에 못지않게 놀라운 과학정책 이야기까지, 오직 이소연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 그 교훈을 얻으려고 우리는 그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냈던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직업을 바꿨다는 이유로 그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싶어하는 사람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세금을 '먹튀'하려는 자다. _p.109
2부(이과형 인간입니다)의 '최고의 우주인' 챕터는 읽으면서 많은 것을 알려주고 느끼게 해준 부분이다.
나는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우주로 떠나기 전엔 지상파 방송을 통해 여론 몰이를 한 덕에 여자인 이소연이 우주로 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우주에서 돌아왔는지, 우주에서 무얼 했는지 등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챕터가 여자로 한국에서 사는 것, 엄마가 일을 하는 것, 여자가 우주에 간 것 등..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아 힘든 여자의 입장이 담겨있다보니 읽으면서 꽤 마음이 동했던 부분이었다.
어릴 땐 숙제하다 잘 모르면 부모님께 물어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요즘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부모님은 각자 나름의 인생에서 대가이시지만, 내가 가는 길은 그 방향이 아니다. 지구를 떠난 탐사선처럼, 내가 나의 삶을 향해 가열차게 나아갈수록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그렇게 점차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_ p.154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도 나의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고, 나의 아이들은 나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점차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해 지는 걸 보러 가는 어린 왕자를 만난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장미 옆에서 가로등을 켜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왜 슬픈지 캐묻지 않고, 의자를 당겨 앉은 게 마흔세번째인지 마흔네번째인지 추궁하지도 않고, 1943년 프랑스프랑의 환율도 물어보지 않는 어른이고 싶다. 그가 슬플 때 당장 해가 지도록 명령해줄 수는 없지만, 해 지는 것을 보려면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겠다. 천문학자가 생각보다 꽤 쓸모가 있다. _ p.165
이 문구 덕에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나는 설명을 많이 해줘야 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그건 어쩔수 없겠지만 적어도 왜 슬픈지 캐묻지 않고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어른이고 싶다.
먼 곳에서 날아온 커다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달이 생겨났다. 날아온 소행성도 거기에 부딪힌 지구의 일부도 산산조각이 났다. 조각들은 멀리 가지 못하고 지구 주위를 맴돌다가 서로 얽히고설켜 달의 씨앗이 되었다. 굴릴수록 불어나는 눈덩이처럼 씨앗은 남은 조각들을 주워 삼키며 커다란 달로 자라났다. _ p.227
여러분 달이 이렇게 생겨났다는 거 아셨나요? 저는 처음 알았어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에서는 쉽게 천문학에 대해 설명해줘서 저의 천문학에 대한 지식이 조금 쌓인 것 같아요.
우주경쟁시대 초반에는 소련이 늘 미국보다 한발 앞서나갔는데 아폴로 우주인의 달 착륙으로 인해 상황이 역전되었을 떄, 그때도 달 과학자였던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그 얘기라면 이미 나눠본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사람을 달에 보내서 기뻤다고 했단다. '우리'는 미국인도, 미항공우주국 관계자도 아닌, 인류 전체였다. 이번엔 내가 조금 놀랐다. 과연 못난 자격지심이었구나. _ p.265
과학자들은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하는구나. 과학은 인류를 위한 학문이구나.
멋있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인덱스를 붙인 곳이 참 많았던 책이에요.
사람 심채경이 참 멋지더라고요. 알쓸인잡도 한번 찾아서 봐 볼 생각입니다.
아참! 에세이 좋아하는 림보도 최근 읽었던 책 중 인덱스 표시를 가장 많이 한 책이라고 했어요.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더 많은 글을 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세요. ↓↓
https://www.instagram.com/record_todays_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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