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매일 글을 쓰진 않더라도 블로그에 자주 들어와서 살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와 마음가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들을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아침 일기를 블로그에 쓰고자 했고, 책을 읽고나면 블로그에 서평 및 기록을 남기고자 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애드센스 광고도 신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것이 자꾸만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에 블로그에 접속을 안함으로서 불편함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글을 쓰며 깨닫는다.
평소 나의 패턴은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꽤 진지하게 적어내려가는 것인데,
오늘은 가볍게 몇 주 전부터 글로 쓰려고 생각했던 주제만을 가볍게 써보려고 한다.
진지함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결연하게 다짐을 했음에도 또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이 블로그를 방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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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고 습해지면서 하루에 많게는 3번, 적게는 2번 샤워를 하고 있다.
아침에 새벽 운동을 마치고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2시쯤 첫째 아이 하교 후 땀이 많이나서 불쾌할 때,
저녁에. (식사 전, 식사 후, 자기 전, 그때그때 다르지만)
샤워를 하는 시각이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아침이거나 거실에 아이들만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샤워 후 물기를 제거하는 일과 새 수건을 수건걸이에 걸어놓는 일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에 속하는 나는,
원래도 행동 속도가 느린 편인데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해진다.
예를 하나 들자면 샤워 후 물기를 제거하는 일이 그랬다.
물기 하나 남김없이 제거하려고 하니 가뜩이나 오래 걸리는 샤워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샤워 후에 그냥 화장실을 나와버렸다.
완벽하게 하려고 무리를 하다가 (나름) 타당한 이유를 찾아서 안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바로 내가 그런 부류의 사람에 속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물기를 제거한 후에 환풍기를 켜놓은 상태의 화장실을 마주했다.
평소보다 쾌적한 화장실 상태가 마음에 들었기에,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그날 샤워를 한 후에 물기를 제거하고 나왔다.
대신 완벽하게 말고 슥슥 대충대충.
그 다음 샤워를 하고 나서도, 그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놀랍게도 이 작은 행동만으로도 쾌적한 화장실의 상태가 꽤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작은 미션을 성취했다는 뿌듯함은 덤으로 따라왔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지금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물기 제거하는 일을 건너 뛰지 않는다.
공들여 하지 않고 슥슥_ 하면 1분도 안걸리는 시간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 작은 실천을 심어 놓는 것은 민들레가 바람에 홀씨를 날리는 일과 같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을 타고 가 어딘가에 씨를 옮겨 심고,
옮겨 심어진 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다음 해에는 기어코 꽃을 피우듯이.
일상 속의 작은 실천들로 매일 느끼는 작은 성취와 변화가 쌓이고 쌓여 나를 확장시킨다고 믿는다.
모두 일상 속에 작은 실천을 심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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